[구월's 책리뷰]

[책리뷰] 의미의 발견 - 최장순

이구월 2020. 10. 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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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발견>

 

작가는 '의미의 발견'이라는 책을 통해 수단으로써 브랜드에 대해 얘기한다.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브랜드의 사회적인 혹은 도의적인 책임에 대한 얘기랄까.

철학적인 내용과 기호학에 대한 내용은 조금 어렵게 다가왔지만, 전체적으로 브랜딩에 대해 다룬 책으로 흥미로웠다.(이 책을 보는 도중 저자의 첫 책인 '본질의 발견'도 주문했다)

 


 

"지식 담론은 어리석게도 완결성을 주장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

 

-자크 라강

 


 

 

1. 의미의 획일화에 대한 경계

 

작가는 의미의 획일화로 인한 '소외'를 지극히 경계하고 있다.

의미의 획일화는 '다른 관점과 입장도 타당하다'는 당연한 상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다른 관점과 입장'은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함축되며, 이 단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해석하고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한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의미를 '해석'하고 '발견'할 수 있는 동인은 새로운 해석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다. 그 밑 저변에는 본질에 대한 원론적인 궁금증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흔히 말하는 '인사이트'라는 것은 해석된 표면적 의미에서 쥐어짜내는 것이 아닌, 한 단계, 한 단계 파고드는 본질에 대한 호기심에서 스멀스멀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2. 고객은 '팬츠'라는 제품이 아닌 '롱다리'를, '향수'가 아니라 '유혹'을 구매한다.

 

'그동안 소비자가 찾은 것은 좀 더 나은 제품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의미'였다' - 이 말은 과거 정보비대칭이 존재하여 기업에 주도하던 시장에서 고객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가장 묵직하게 다가오는 문장이었다.

또 하나의 문장을 인용하면, '제품의 스펙만으로 구매를 유도할 만한 결정적 요인(key buying factor)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제품 외적인 영역에서 구매 이유를 제시해야한다'

흔히 말하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은 명확하게 '의미 지향적'이다. 사지 말라는 파타고니아 자켓을 사고, 냄새나고 얼룩덜룩한 프라이탁의 가방을 메고 다니며, 갓뚜기의 투명하고 쿨한 행보에 열광한다.

기능에 집중한 '혁신상품'의 종말이라고 할까. 제품과 서비스 중심인 3차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품 자체가 갖는 지배력은 굉장히 약화되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알 것이다)

해서, 앞으로 마케팅의 방향은 그/그녀가 속한 집단에 어떤 '의미'를 선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업이 고객 집단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곧, 자기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결을 같이 한다.

자기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변증을 시도하는 기업만이 진정한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다.

 

 

3. 옷에서 이야기로 - '브랜딩 사유법'에 대한 힌트

 

엄마들이 아이들의 옷을 입힐 때의 감정, 즉 불편함, 행복감, 자랑, 성취감 등의 제품의 차원을 넘어선 본질에 접근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엄마'라는 본질에는 '조절'하고, '점검'하며, '관리'하고, '기획'하는 '통제'코드가 존재함을 알아냈다. 이 '통제' 코드로 인해 불편함과 완수했을 때의 성취감, 행복감, 자랑거리 등의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뭘 하면 될까? 간단하다. 부정적 감정을 소거하고, 긍정적 감정을 강화하면 된다. 즉, 불편함을 없애주면서 조금 더 쉽게 성취감, 행복감, 자랑거리라는 '의미'를 고객인 '엄마'가 찾을 수 있도록 '브랜드'가 도와주면 된다.

이 접근법으로 도달한 이 기업 업의 본질은 '스토리 테일러(story tailer)'였다.

아이가 옷을 입는 과정이 '전쟁'이 되지 않도록, 이야기 소재로 기능하는 옷을 만들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꼬까참새 로고

 

 

이 회사의 매출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내가 엄마라면 기꺼이 사고 싶다.

이 신박한 아이디어에 대한 값과 덤으로 오는 편리함에 대한 값을 더해서 기꺼이.

 

 

4. 브랜드는 뚝심있고 일관되게, 마케팅은 유연하고 다채롭게

 

현실적으로 실무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구분하여 정확히 정의하고 일하는 마케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이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말인 것 같은데, 우리 회사를 포함하여 대부분 기업은 마케팅을 브랜딩이라 착각하는 아주 심각한 오류에 빠진 것 같다.

이런 무지가 얼마나 위험하냐면, 열심히 하면 할수록 '자기다움'을 잃는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기다움', 즉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의미'를 발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충분조건인데 말이다. '의미'가 없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다..(나는 이런 기업들은 남대문에서 매대에 '널어놓고' 파는 무명의 옷과 같다고 본다)

잠깐, 브랜딩에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길로 빠졌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면, 브랜드는 건물의 '기둥'이요, 국가의 '헌법'과 같은 존재다. 집 수리를 할 때 내력벽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나? 아님 시시때때로 입맛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는 나라가 있나?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위해 기둥을 건드리는 사람은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옛말에 나오는 바보천치일 것이다.

마케팅 전략은 중요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CTR, CTA, ROAS를 측정하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고객여정을 분석하여 어떻게 구매전환률을 높일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역시 당연히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매출은 이러한 기술과 전략으로 확보되는 것이니까.

다만, 브랜드에 대한 고민과 발신 없이 이런 표면적인 고민만으로는 "브랜드"가 될 순 없다. 물건을 파는 기업일 뿐이다.

무언가 대단한 결정을 할 때 고려해야하는 요소를 배웠다. (정확히는 처음 집을 매매할 때 배웠다)

'바꿀 수 있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전자는 인테리어고, 후자는 역세권, 한강변 등의 입지다.

마케팅 기술과 전략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고객은 무엇을 따를까? 기업은 무엇에 무게를 두어야할까?

 

 


 

마치며...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동안 설렜다.

단편적인 브랜딩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라는 '본질'로 접근한 몇 안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한 '의미의 새로운 해석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의미를 확장'해보면 사실, 이 '의미'라는 것은 '브랜드-고객' 간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본질에도 '의미'에 대한 고민이 있고, 예술에도 '의미'에 대한 치열함이 존재한다.

그 의미를 단편적으로 확정하여 편협함에 갇혀 있지 않는 것이 - 내가/당신이 속한 공동체가 모두 만족할만한 이상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실증되기 전까지 - 기업이 아닌 브랜드로 살아남는 법, 내가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법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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